적지않은 호모심을 느끼고 누질러보빈다.
“진심입니까?”
“진심?”
콘서트의 뜨거운 열기가 몸에서 채 가시지 않은 두 남자가 너저분하게 정돈되지 않는 대기실에서 맥주 한캔씩 탁자 앞에 놓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작은 체구에 작은 키, 어정쩡하게 앉아있는 포즈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 남자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손에는 제법 여성의 손길이 닿은 듯 곱게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고, 가운데 손가락엔 은색이 돋보이는 약간은 비쥬얼 틱한 반지도 있다. 마치 손과 하나의 세트인 것 처럼 그 자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빛을 뽐낸다. 대기실의 은은한조명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아까 콘서트에서 읊으신 것 말입니다”
“아, 레보군을 위해 준비했던 시 말인가? 마음에 들었어?”
“… 마, 마음에 들고를 떠나서”
“좋으면 좋다고 하는게 사람 아닌가, 레보군? 왜 그렇게 평소답지 않게 말을 떠듬떠듬 거리고 그래”
“아, 그건.. 별거 아닙니다. 그럼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지망 씨.”
“아. 푹 쉬라고~ 뒷풀이는 내일 하기로 했으니까 마실 준비는 단단히 해 와”
농담은 정도껏하시죠. 라고 피식 웃으며 레보는 방을 나왔다. 쿵쾅쿵쾅, 하고 뛰는 심장이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다. 들킬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던가.가슴을 쓸어내리며 밖에 챙겨두었던 자신의 기타를 어깨에 매고 천천히 집으로 가는 길에 나섰다. 축축하게 젖은 세상은 가슴을 누그러트렸고, 그 세상에서 홀연이 빛나는 가로등 만이 마음의 유일한 버팀목 이였다. 젖어버린 세상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집안에 돌아오니 다시 상쾌한 자신만의 공간이 인사하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의 우월한 감상에 빠져들며 천천히 침대에 몸을 누웠다. 근 몇일간의 일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했던 수차례의 리허설, 사람들과의 대화. 하나도 빠짐없이 담아두었던 콘서트장의 열기, 관객의 환호성, 그 안에서의 자신의 음악들을 되새긴다. 잊지말자, 그 열기와 나를 향한 그 마음과 내가 품은 이상을 향한 그들의 미약한 손길을.
“즐거웠어”
라고 혼자 되새김질을 끝내고 다시 찬장에서 와인을 꺼냈다. 즐겨마시는 거지만 좀 특별한 스페셜 에디션이라 내비두었지만, 오늘 같은 즐거운 날에는 혼자 자축의 의미로라도 마셔야된다고 생각했다. 그걸 위해서 한명 쯤이야 라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입에서 목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퍼져드는 와인향에 취할 것만도 같았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아까 맥주를 마셨을 때 보다 더더욱 흥분되고 좋은 기분에, 스스로 미소가 나오고 하하하-하고 큰 소리로 웃으면서 기쁘고 즐겁다고 어디가서 떠들 수 있을 정도로 기뻤다. 성공적인 콘서트도 기쁘긴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가슴 벅찬 애정표현 덕분은 아닐까? 술기운 탓인지 평소엔 안하려고 애썼던 상상의 나래까지 줄기가 뻗쳤다. 그만둬야된다는 생각따윈 들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어느 몹쓸 상상을 해도 다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였다.
-
“아, 아침인가?”
실로 아무런 괴로움도 없이 잠에서 깨어본 건 오랜만이다. 항상 악몽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누군가에게 쫒기고 괴롭고 참을 수 없이 막혀오는 고통속에서 잠을 억지로 깨워야만 했다. 왠진 몰라도 아침 햇살이 자신의 눈을 간지르고, 그런 햇살에 의해 눈을 떠보는게 도대체 몇 년 만의 기억인가? 스스로 기분이 좋아진 레보는 방안의 광경과 자신이 어제 뭘 했는가에 대해 되짚어봤다. 책상에 흔적은 알수없고 JIMANG 과 REVO라고 어렴풋이 글씨만 써있었다. …그 글씨 옆에 있는건 아마도 우산. 위에 하트. 설마 아이아이카사 인가 하고 혼자 깜짝 놀라서 노트를 덮었다.
“내..내….내내내내가 어제밤에 도대체 무슨짓을 한거지?”
-똑똑
아니나 다를까, 최고이자 최악의 타이밍에 문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이 아침부터 이 외진 집을 찾을 사람은 그사람 밖에 없다. 가장 친하지만 무언가 알 수 없고, 가끔은 그 돌발행동에서 참을 수 없는 두근거림을 받는 그사람.
“지..지망씨?”
“뭐야 레보군, 아침부터 문을 위아래 굳게 걸어잠구고. 밖에 계속 세워둘 셈인가?”
“아아아아아 아닙니다 지금 열게요”
치..치워야되, 이건 치워야되 라고 혼자 위기감에 휩쌓여 급한대로 신문더미 사이에 노트를 끼워너놓고 재빨리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비밀번호 알려드렸잖아요? 라고 조심스럽게 반박했지만 지망은 딴청이다.